2012년 6월 15일 금요일

[MH칼럼] 금메달리스트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정당한가?


마이클 샌델의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은 권수에 비례하여 일정금액의 돈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어느 학교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물론 학생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고자 하는 건전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샌델은 그 불편함의 이유가 바로 가치의 타락에 있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에게 독서를 장려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중요한 목표이지만, 그것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은 독서의 참된 가치를 훼손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활의 위로, 스토리를 읽는 즐거움, 내면적 성숙 등 다양한 이유로 독서를 한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독서를 하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키워드는 가치'와 '사회적 의미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다양한 행위들에는 그것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가 내포되어 있으며, 그러한 가치가 사회적 가치로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분배되는 과정을 우리는 정치행위라고 부른다. 가치가 분배되는 정치과정에서 우리는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공동체의 건강함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공동체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온 선수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포상으로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 이것은 정당한가? <병역면제 혜택>은 어떤 의미에서건 시민들의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이라는 가치를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가?

민주사회에서 시민들에게 부과되는 의무는 그것이 공동체의 존립과 유지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일이며, 순수하게 자발성에만 기초해서는 충족되기 힘든 특정한 일들(ex. 세금, 병역 등)과 관련이 되어있다. 따라서 시민들 각자는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그것은 의무를 이행한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민적 의무의 이행은 명예롭고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져야 하며, 반대로 그러한 의무의 이행으로부터의 면제에 대해서 사회적 명예나 보상의 의미가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병역의무로부터 면제시켜주는 것을 혜택으로 제공하며 그것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단지 힘들고 귀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한, 이것으로부터 열외 시켜주는 것은 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서 국민적 영웅으로 여겨지는 운동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팬으로서 국민들은 스포츠 영웅들이 군 복무를 통해 그들의 재능을 낭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계속해서 거두어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기를 바란다. 또한 병역면제 혜택은 운동선수들에게도 필사적으로 금메달을 따게끔 하는 동기부여의 기능을 한다. 운동선수들에게 있어서 가장 열심히 훈련하고 활동해야 할 시기에 군 복무를 한다는 것은 그들의 경력에 있어서 큰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역면제를 통한 포상의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보상을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병역면제를 포상의 수단으로 보게 되면 병역의무가 가지는 공적인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고, 병역을 이행한 시민들에 대한 존중을 손상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에 기여를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어야지, 시민적 의무의 면제를 주어서는 안 된다. 시민적 의무의 면제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개인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의무로부터의 면제는 개인의 불가피한 사정에 대한 고려(예컨대 신체적 장애나 종교적 신념 등의 사유 등)에 의해서만, 또는 공동체의 필요와 여건에 의해서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면제에 대해서 굳이 불명예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공적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존중과 보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상에 필요한 비용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균등한 방식으로 부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병역의무 이행자들에 대한 처우나 보상수준, 징집의 일방적 동원의 성격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의 병역의무 이행은 민주사회의 시민들이 이행하는 시민적 의무라기보다는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국가에 의한 동원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을 포상하는 것은 마치 현역 군인이 포상휴가를 받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국가로부터 부여된다.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결코 동료시민에 대하여 이러한 형태의 공적 의무의 면제를 선물하지 않을 것이다. 병역면제가 혜택으로 주어지는 것은 그것이 가지는 시민적 의무로서의 가치를 훼손시킨다. 우리는 공동체에 기여한 성원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보답을 할 수 있다.

병역의무의 이행이 특정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에게 과도한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보다 적합한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에서 나온다. 시민은 공적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공동선에 기여를 한다. 공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때로는 개인에게 수고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 의무를 가급적이면 모든 시민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적 의무를 수행한 또는 수행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하여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고, 존경의 마음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병역의무를 부담하는 방식에 있어서 시민들을 보다 다양하게 보장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서, 독일의 경우에는 병역이행에 있어서 분할복무 등을 인정하고 있다. 시민들이 병역을 이행하되, 자신의 인생계획에 맞추어 원하는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운동선수들과 같은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이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는데, 분할복무는 2년이라는 장기간의 공백이 초래할 희생을 상당부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의무가 시민들에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업무로 인식 된다면 시민들은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이행할 것다. 그리고 그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는데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건전한 비판과 조언, 그리고 아낌없는 칭찬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