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4일 수요일

[김대영 칼럼] 누구를 위한 정권교체인가?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전제 없이 정권교체의 당위성만을 내세운다. 1997년 DJ에 의한 정권교체 당시 이를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부르며 벅찬 감동을 맛보았던 나로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정부 기간 중에 발생한 경제정책의 난맥상, 나아가 참여정부 시절에 경험한 권력의 한계를 생각할 때 정권교체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정권교체 지상론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정권교체 지상론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정책대결이 갖는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한다.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선거공약이 갖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설사 선거공약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라도 선거공약은 큰 틀에서 이후 정당의 정책노선을 이끌어간다. 실제로 노무현의 ‘수도이전’ 공약과 DJ의 ‘햇볕정책’ 공약, 최근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공약 등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정책대결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권교체 지상론의 더 큰 문제는 국민의 힘에 근거하지 않고 개혁이 가능하다는 망상을 유포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의 주권자가 국민이라는 식상한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를 한걸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다수의 적극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의 뜻이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재벌개혁, 관료개혁, 정치개혁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난 25년간의 경험에서 충분히 보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해서 정권교체하자는 구태의연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거꾸로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의 개혁을 저해한다. 국민이 감동하고 국민이 동의하며 나아가 국민이 나서게 만들 때 지 비로소 대한민국은 변화한다. 국민을 제쳐둔 단일화론자들은 사회개혁을 위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기득권자를 위한 정권교체를 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의 바램과 달리 그 결과는 국민의 외면과 정권교체의 실패일 수밖에 없다.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BK칼럼] 2012 대선 삼국지…신천하삼분지계

삼국지에서 대세를 가른 것은 관도 전투였다. 관우가 안량과 문추를 베면서 원소군의 예봉을 꺾었고, 조조가 오소의 군량을 불태우는 것으로 원소의 야망은 무너졌다. 그것으로 천하는 결정되었다.
 
이후 아무도 조조의 천하통일을 의심하지 않았다. 유비는 형주의 식객에 불과했고, 강동은 손견과 손책이라는 걸출한 두 지도자를 연달아 잃었으며 손권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런 조조의 대세론을 일거에 뒤집는다. 천하 삼분지계다. 기존에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던 촉을 유비의 근거지로 지목해 제3세력으로 우뚝 세운다. 이로써 하나였던 천하는 3등분되고, 천하를 다 가졌던 조조의 세력은 3분의 1로 축소되고 만다.
 
2012년 대한민국 대선을 앞둔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총선으로 사실상 다음 정권은 결정된 것이었다. 누가 당선되든 새누리당 과반의 국회가 허용하는 정책만 할 수 있다. 더구나 '경제민주화'로 좌클릭한 박근혜는 그야말로 부동의 1위였다.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의 양자 대결에서 박근혜를 앞세운 산업화세력이 지리멸렬한 민주화세력을 압도한 것이다. 박근혜의 100만 대군이 신야성 앞까지 당도한 듯 했다.
 
하지만 안철수가 나타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미래세대'인 청년을 대선판에 끌어들였다. 어차피 투표안할 세대였던 청년층이 대선판에 끼어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의 지지율은 다시 3분의 1로 축소되었다. 바야흐로 신 천하삼분의 시대다.
 
다시 삼국지로 돌아가보자. 적벽대전의 승리 요인은 유비와 손권의 굳건한 동맹이었다. 마찬가지로 2012 대선에선 미래세대와 민주화세대가 힘을 합쳐야만 산업화세력에 승리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유비와 손권 진영을 중재했던 노숙과 같은 인물이다. 한쪽에 몸을 담고 있더라도 양측 모두로부터 덕망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송호창 의원의 탈당은 뼈아프다. 노숙이 갑자기 손권을 배신하고 유비 진영에 투항했다면 적벽의 연대가 가능했겠는가?
 
결국 오와 촉이 몰락한 것은 손권이 형주를 취하고 관우를 죽였기 때문이다. 이에 격분한 유비가 70만 대군을 몰고 오나라에 쳐들어갔다가 대패하며 양국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여전히 강력한 위나라를 두고 작은 욕심 때문에 적전분열한 것이 대사를 그르친 것이다.
 
지금 문재인과 안철수 캠프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세대과 미래세대가 협력하지 못하고 주도권 다툼만 벌인다면 대권은 박근혜에게 돌아간다. 단일화를 둘러싼 난투 끝에 안철수가 탈락한다면 미래세대는 아마 대거 투표에 불참할 것이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박근혜는 여전히 막강하다. 문재인과 안철수를 적벽의 승리로 인도할 노숙과 제갈공명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