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전제 없이 정권교체의 당위성만을 내세운다. 1997년 DJ에 의한 정권교체 당시 이를 “평화적 정권교체”라고 부르며 벅찬 감동을 맛보았던 나로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정부 기간 중에 발생한 경제정책의 난맥상, 나아가 참여정부 시절에 경험한 권력의 한계를 생각할 때 정권교체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정권교체 지상론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정권교체 지상론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정책대결이 갖는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한다.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선거공약이 갖는 비중이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설사 선거공약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라도 선거공약은 큰 틀에서 이후 정당의 정책노선을 이끌어간다. 실제로 노무현의 ‘수도이전’ 공약과 DJ의 ‘햇볕정책’ 공약, 최근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공약 등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정책대결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권교체 지상론의 더 큰 문제는 국민의 힘에 근거하지 않고 개혁이 가능하다는 망상을 유포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의 주권자가 국민이라는 식상한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를 한걸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다수의 적극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국민의 뜻이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재벌개혁, 관료개혁, 정치개혁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지난 25년간의 경험에서 충분히 보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해서 정권교체하자는 구태의연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거꾸로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우리 사회의 개혁을 저해한다. 국민이 감동하고 국민이 동의하며 나아가 국민이 나서게 만들 때 지 비로소 대한민국은 변화한다. 국민을 제쳐둔 단일화론자들은 사회개혁을 위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기득권자를 위한 정권교체를 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의 바램과 달리 그 결과는 국민의 외면과 정권교체의 실패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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