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2일 금요일

‎[동암 산책] 통합진보당 내분사태를 정치학적으로 바라보면

19대 총선 이후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종착지는 어디인지 알 도리가 없다. 온통 종북세력에 대한 정치논쟁에 빠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의 내분으로 야기된 ‘종북정국’을 정치의 프리즘으로 파고들면 다음과 같은 3가지 문제가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정당 내 파벌갈등과 사회적 이념갈등이 혼재되었다.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는 일반적인 진보주의자가 아닌 별개의 ‘종북좌파’로 공격받았는데, 그들은 때론 당내 경선룰을 지키지 않았다고 때론 주사파 이념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점에서 보수 언론의 진보세력 갈라치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통합진보당을 민주통합당과 다른 좌파정당으로 구분하고 좌파정당 내에 또다시 종북좌파 파벌의 존재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진영의 대응은 수준 이하였다.

둘째, 정당의 운영방식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방식이 노정되었다. 통합진보당 내분을 정당 내부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과 선거제도의 일부로 바라보는 관점이 나뉘어졌다. 사실상 공직후보자 공천은 크게 보아 정당 내부의 문제로서 정당이 어떤 후보를 선출할지는 정당이 알아서 할 문제다. 사실 당대표가 당헌ㆍ당규에 따라 전횡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당내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현행법에 따라 선거제도의 일부로 접근해야만 한다. 지난 2005년부터 정당의 당내경선은 선거법에 포함되어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 스스로가 자초한 일로써, 스스로 강제규범에 묶이기를 자청했을 정도로 정당 내부의 취약한 기율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석기ㆍ김재연은 현행법상 선거사범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범죄자로 규정한 것은 지나친 일이다.

셋째, 정당 내 파벌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드러났다. 통합진보당의 소위 ‘당권파’와 ‘혁신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입장과 선호도에 따라 무수한 의견이 피력되었다. 이들 의견을 진지하게 종합하여 정당 내 파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당내 민주화에 기여하고 대국민 홍보의 계기를 만드는 순기능은 계속 발전시켜야 할 것이고,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을 줄여나갈 때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수 있겠다.

이번 통합민주당 사태로 우리 정치의 얄팍한 술수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쓴웃음을 짓게 되었지만, 동시에 ‘종북’이라는 말이 주는 해악과 파벌활동에 대한 다각적 측면을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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