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4일 일요일

[양호경 칼럼]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 정당에 투표하는 이유, 혹은 투표하지 않는 이유


  • 서평:『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수도권편』(손낙구, 2010)을 읽고 
  • 투표의 정치적 행위와 계층/계급 대표성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수도권편(손낙구,2010)은 투표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기 위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가라는 해묵은 계층/계급 배반투표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1,700페이지 가량의 수도권의 각 동네별 투표율과 정당 지지율, 주택소유비율, 대졸이상 학력자비율, 2년 이내 주거 비율, 종교인 구성 비율 등을 지루하게 나열해 놓은 두꺼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계층/계급 배반투표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이 과연 특정 계층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국민들은 자신이 가진 재산 정도에 따라 뚜렷하게 계층 투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개인별 직업이냐, 소득보다는 주택으로 대변되는 자산에 따라 투표 성향이 갈라진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소득차이가 아니라 자산의 차이가 교육이며, 문화생활격차를 가장 잘 드러낸다.”(부동산 계급사회,손낙구,2008)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그 차이가 투표성향에 영향을 끼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니계수는 0.35로 매년 빈부격차가 더 커지고 있고, 부동산 등에 대한 자산지니계수는 0.89로 극단적으로 소수에게 몰려 있지만 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정치적 세력이 나타나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서 저자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로 가난한 사람들은 이사를 많이 다닌다는 문제점이 있다. “셋방 사는 가구 중 절반 이상은 최소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2년에 한 번씩 떠돌며 사는 것 자체가 고역이지만, 투표참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에서 현제 살고 있는 동네가 우리 동네가 아니라 곧 떠나야 할 곳일 뿐이다.” 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사를 많이 다니고, 먹고 사는 문제 자체에 시간과 열정을 많이 쏟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정당)의 부재이다. “흔한 말로 그놈이 그놈인데 뭣 하러 투표를 하냐는 정서인 것이다. 문제는 계급 배반 투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 자체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정치에 있는 것이다.” 라는 저자의 지적은 2010년 현재 서민을 위한다는 제1야당과,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 되겠다던 진보정당들에게는 뼈아픈 이야기 아닐 수 없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 바쁘고, 별로 와 닿는 대안세력도 없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게 된다. 서울지역의 투표율이 높은 10개 지역은 동네 가구 중 84%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투표율이 낮은 10개 지역에서 집을 소유한 사람은 26%에 불과하고 무주택자가 74%에 달한다. 거기다가 무려 17%는 반지하나 옥탑방등에 살다.

필자도 과거 눅눅하고 곰팡이가 피던 반지하 방에 살았었는데, 대부분의 그런 가정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8시나 9시 다 되어서 퇴근을 하게 된다. 퇴근하고 아이들 밥 챙겨주고 나면 또 다음날의 생계활동을 위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러한 가정이라면 선거일 휴일이 되어도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서 작업장으로 나가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또 그렇지 않더라도 육체적 피곤함에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2년 뒤면 또 다른 지역으로 방을 옮겨야 하는데 동네에 큰 도로가 생긴다거나, 스포츠 센터를 유치하겠다던 모모 국회의원의 공약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반대로 자기 집을 소유하고 소득이 높은 가정은 동네 네트워킹이 강한 편이다.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전업주부의 비율이 높고 아이들 교육이나 갖가지 여가 활동들을 중심으로 인적교류가 잘되어 있다. 자연스레 동네 여론이 생기게 되고, 선거 시기가 되면 어떤 사람들이 자신에게, 혹은 자신의 집값을 높여줄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똑똑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투표율이 높은 지역의 전문대졸 이상 학력 비율은 86%이고, 투표율이 낮은 지역의 전문대졸 이상 학력 비율은 50%에 불과하다. 학력차이-소득(자산)차이-정치적 선택 유무라는 느슨한 연계가 비율 차이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며, 현재의 민주당, 혹은 진보정당들에 대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이념에 대한 판단은 이견이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한나라당이 조금 더 시장경제우선이며, 고소득자들에게 면세해택을 주는 등 경제적 상위계층 중심의 정책을 편다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각한다. 결국 똑똑하고 잘사는 지역의 사람들의 투표율이 놓고, 한나라당에 투표를 많이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 선택은 복합적이다. 사람들은 어떤 한 가지 고려요소만으로 후보자를 전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수도권편에서 각 계층/계급이 스스로의 이해기반에 맞게 투표를 했었다는 것에 대한 반복적인 입증 노력은 현재에 대한 해석보다 미래에 대한 지향으로 더 의미가 있다.

정치는 한정된 재화를 분배하는 행위이고,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서 그 용처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정부는 예산편성권으로 입법부는 예산 승인권으로 나타나고, 그 권위는 결국 유권자의 투표로 인해 인정되는 것이다. 세금을 거둬들이고, 그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문제는 관념화된 이념의 문제나 정치적 이슈보다 훨씬 한 개개인 국민들에게 고귀한 문제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저소득층 주택보조비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내가 부자인데 누진세 비율이 얼마냐 되느냐의 문제가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앞으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수도권편도 결국 자산과 학력이라는 문제로 투표율을 분석하면서 선거 결과와 완전 일치하는 선거용 백과사전을 만든 것이 아니다. 저자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해기반을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또한 정치세력들도 자신의 이해기반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한다.

최장집 교수는 현실정치에서 경쟁하는 세력들이 추상적이고 관념화된 이슈를 가지고 싸울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심 이슈, 즉 사회경제적 문제를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완벽하게 모든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정당은 없다. 그리고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인도 없다. 유권자 또한 결국 찍을 수 있는 표는 한 표밖에 없다. 정치인이든 유권자든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일정부분의 정치적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백악관 보좌관들의 이야기인 미국 드라마 <The West Wing>에 보면 " 메이저리그 야구는 팀당 1년에 162게임을 하는데 최고의 팀도 54게임 이상은 지고, 최악의 팀도 54게임 이상은 이긴다. 우리가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나머지 54게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All or Nothing의 목숨을 건 관념적 정치싸움이 아니라 의미 있는 합의를 위한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 정책과 철학으로 논의가 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도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대변하기 위한 정책을 실천적으로 구성해야 하고, 투표도 그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의 말처럼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수도권편은 그러한 사회경제적 자료를 어떻게 가공해서 정치적인 의지로 드러내야 하는지를 경험적으로 잘 보여주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댓글 2개:

  1. 이 글의 필자(양호경)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8대 국회 권영길 의원실 보좌관, 지금은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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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양군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다. 두 가지 문제점 중에서 특히 첫 번째, 저 소득층이 이사를 자주 다닌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고려해보지 못한 생각이었는데 새롭고 머리를 퉁~ 치는 느낌.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미국의 경우는 저 소득층의 경우 아예 정치적 지식이나 상황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저 소득층이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이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만한, 피곤하고 쉬고 싶어도 투표장으로 나가서 뽑아주고 싶은 정당이 없다는 것. 그리고 최장집 교수님의 지적은 정말 타당하신 말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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