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김대영칼럼] 안철수의 책임윤리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정치권에 불고 있다. 정치권 밖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이 정치권을 뒤집어 놓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겹친 정치의 해에 느닷없는 외풍(?)에 시달리는 박근혜, 문재인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애처롭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정치의 경험이 전무한 안철수가 험난한 풍파를 헤치고 대선까지 완주할 것으로 쉽게 믿을 수는 없다. 다만 이번에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함으로써 시작된 본격적인 정치행보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저서가 출판된 이후 지지도가 상승한 것은 안철수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그가 정치를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전달되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치현안은 방향만 제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뭔가를 이루려면 일개 서생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지겹고 고통스러운 정치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지난 대선 때 정운찬 고건 등은 그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삼권분립의 민주정치 틀 안에서 대통령도 임기 내에 새로운 정책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언론으로부터 인정받고,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일뿐더러, 정책 집행의 과정에서 부딪히는 예산문제, 비리문제, 집단반발, 언론의 냉혹한 비판, 때로는 악의적 선동과 천재지변에 이르기까지 곳곳의 암초를 피해야만 한다. 안철수는 진정 이 길을 선택한 것인가, 또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안철수의 정치적 진정성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그의 정치노선이나 자질론 논쟁도 뜨겁지만, 역시 그가 대선에 출마해서 완주할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큰 관심사다. 최근에 그의 대선출마 방식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27%의 응답자가 ‘민주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꼽았다. 반면 독자창당이나 민주당 경선참여는 각각 21%와 20%에 그쳤다. 안철수식 정치는 그 출발부터 일반론을 깨고 있다. 그는 상식의 정치를 주창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정치행보는 상식파괴로 가고 있다.

자기 세력이 없기 때문에 안철수의 정치는 아직까지 정치실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저서를 통해 안철수는 정치인의 ‘책임윤리’를 강조함으로써 그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었다. 그는 막스 베버를 인용하여 정치인에게는 신념윤리를 넘는 책임윤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신념윤리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신념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안철수는 아마추어 정치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신념이 없는 정치인은 죽은 정치인이라고 미국의 정치평론가 월터 리프만이 말했듯이 정치인에게 신념은 생명이다. 소신 없이 앵무새처럼 남의 얘기만을 반복하는 정치인은 아무일도 못하고 세금만 축내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신념만 내세우는 정치인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치게 된다. ‘어찌 이런 일이!’라고 사후에 후회해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당정치의 역사가 짧은 우리에게 이런 일은 종종 목격된다. 벤처기업 육성책이 젊은 사기꾼을 양산했고, 비정규직 보호책이 애꿎은 해고를 초래했으며, 해군기지건설은 주민반대에 직면했다. 정치인은 자신의 말과 더불어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결과까지 책임져야만 한다.

안철수에 대한 높은 기대를 정당정치의 퇴조나 정치불신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안철수는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대변하고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를 공격하여 공감대를 넓혔다. 나아가 책임윤리를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경험부족을 보완했다. 이제 안철수는 국민의 기대치를 높여놓은 현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안철수의 정치력이 검증받을 때이다. 책은 잘 썼는데 여럿이 함께 하는 정치도 과연 잘 할 수 있을런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건전한 비판과 조언, 그리고 아낌없는 칭찬을 부탁드립니다 :-)